SNS 게시글에 ‘오후 커피 섭취’ 논쟁 재점화
“안 마시면 정신 못 차려” vs “불면증 유발”
‘커피공화국’ 한국서 디카페인 커피 수요 증가세
“카페인 민감도 개인차 있지만 수면 질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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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카페인은 제거하고 원두 풍미는 그대로 살려 부담 없이 즐기는 디카페인 커피’.
지난 1일 종로구 대로변에 위치한 한 카페 앞에는 이런 글씨가 쓰인 큰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은 눈길을 줄 만한 크기의 간판에는 오로지 디카페인 커피만을 홍보 중이었다.
카페 내 키오스크에도 디카페인 콜드브루 커피가 아메리카노부터 카페라테, 심지어는 1ℓ들이로도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대체로 카페인을 제거하지 않은 커피보다 500원에서 900원 정도 비싸다.
디카페인 커피가 많이 팔리냐고 묻자 카페 운영자 김미진(29) 씨는 망설임 없이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올해 초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디카페인 커피 주문이 늘었다”며 “커피를 자주 마시는 손님은 오전에는 일반 커피를 마시고, 오후에 재방문해서는 디카페인을 주문하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건강을 위해 오후 4시 이후 사무실 커피 금지’를 공지한 한 회사의 사례로 오후 커피 섭취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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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오후에 안 마시면 힘들다” vs “불면증 유발한다”
지난달 26일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에 ‘오후 4시 이후 사무실 커피 금지. 이게 가당키나 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순식간에 약 7만 회의 조회수와 280개가 넘는 댓글을 기록했다.
자신을 부동산 분야 직장인이라고 밝힌 작성자 ‘촹***’은 “임직원 건강 증진 및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 오후 4시 이후 탕비실 커피머신 사용을 금지한다는 전사 공지 메일을 오늘 아침 받았다”며 “이미 습관이 돼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수면의 질은 (오후)4시 이전에 퇴근하는 편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어차피 밖에서 자기 돈으로 사 마셔야 하는 게 뻔한데, 결국 직원 건강을 명분으로 회사 탕비실 캡슐값 아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커피를 마시고 정신 차리고 일을 잘하면 된다. 커피를 마시면 컨디션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고 수면에도 지장이 없는 사람도 있다”(‘HR***’), “탕비실 커피를 이용하는 이유가 단순히 물 마시듯 수분 섭취의 목적은 아니지 않느냐. 카페인이 문제면 디카페인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꿍***’) 등 동조 의견이 달렸다.
반면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수면의 질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데다 회사가 커피를 꼭 제공해야 할 의무도 없다”(‘Sup***’), “오후 4시 이후 불면증 유발”(‘리오***’) 등 반대 의견도 맞섰다.
네이버 이용자 ‘do***’는 “커피가 몸에 좋은 것도 아닌데 이참에 끊으면 좋지 않느냐”라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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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앞에 디카페인 커피를 홍보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 2025.9.5
◇ “디카페인 찾는 손님 엄청나게 늘어”
카페인은 100가지 이상의 식물의 씨와 껍질에서 생산되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다. 뇌 속의 수면 유도 물질인 아데노신을 차단해 각성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5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녹차 티백 한 개의 카페인은 22mg, 에너지음료 250㎖에 든 카페인은 80mg만큼이다. 동일한 양에 커피음료는 103㎎, 전문점 커피는 82.5㎎만큼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 내에 함유된 상당수의 카페인이 제거된 상태다.
강재헌 성균관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디카페인 음료의 경우 통상적으로 10㎎ 이내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며 “식약처에서는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제거한 제품을 디카페인으로 칭하고 국제적으로는 97% 제거한 것을 디카페인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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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한 카페의 메뉴판.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을 95% 제거했다는 점이 기재돼있다. 2025.9.5
‘커피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디카페인 커피 수요는 증가 추세다.
종로 카페 운영자 김씨는 “건강검진에서 커피를 줄이라는 말을 듣고 디카페인을 주문하거나, 입간판을 보고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한다는 것을 알고 방문하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종로의 또 다른 커피 전문점 운영자 김모(45) 씨도 “1년 전만 해도 하루에 10~15잔이던 디카페인 커피 주문이 지금은 두세 배는 는 듯하다”며 “메뉴에 디카페인이라고 명시가 돼 있지 않아도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찾아온 한 손님이 디카페인 커피가 있는지를 묻고는 주문해 포장해가기도 했다.
김씨는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디카페인을 찾는 손님이 많다”며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와 맛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은 대개 1천원 이하 금액을 더하면 디카페인 커피로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 중이다.
3일 오후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메뉴 중 디카페인 커피를 별도로 강조해놓고 있었다.
해당 카페의 주인은 “동네 특성상 저렴한 커피를 자주 찾는 만큼 추가 금액을 내고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최근에는 오후 6시 정도부터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5월 스타벅스는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또는 카페인 프리 음료를 최대 50%까지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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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 상가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2025.9.5
◇ “오후 2~3시 이후 자제하는 게 수면에 좋아”
윤수정 윤수정의원 원장은 “카페인 대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오후 2시 이후에 커피를 마실 경우 깊은 잠에 빠지기 힘들다”며 “잠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잠에서 더 자주 깨는 수면 분절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0~200㎖ 정도의 커피를 3~4잔 이상 마실 경우 칼슘 흡수를 줄여 뼈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저녁에 각성 효과가 필요하다면 간단한 운동을 하고 세수를 하는 것이 좋다”며 “야식을 먹을 경우 무조건 졸리기 때문에 야식을 피하고 너무 피곤할 경우 빠르게 수면을 취하고 일어나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의 적용시간은 개인에 따라 약 4시간에서 8시간이므로 오후 2~3시 이후로는 커피를 섭취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수면에 좋다”면서도 “카페인 민감도는 개인에 따라 개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송파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믹스커피의 경우 당이 높아 혈당 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며 “카페인 자체가 혈압을 높이는 작용을 하므로 고혈압 환자는 커피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커피는 적당량 섭취할 경우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의 경우 하루 400㎎ 미만으로 카페인 섭취가 권고된다.
윤 원장은 “커피는 각성 효과를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운동 시에도 피로를 덜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며 “기초대사량을 높이므로 비만약 등에도 카페인이 함유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커피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항산화 효과가 크다”며 “당뇨병의 예방이나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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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2025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2’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커피 자판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9.5 ryousanta@yna.co.kr
youkn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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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09월05일 05시5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