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보고서’ 1주년 콘퍼런스서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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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EPA=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가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드라기 보고서 1주년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9.16 photo@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던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6일(현지시간) EU 지도자들을 향해 또 한 번 쓴소리를 쏟아냈다.
드라기 전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드라기 보고서 1주년 콘퍼런스’에서 미국, 중국과 경쟁에서 EU가 더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국이 “상황의 중대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소와 똑같이 일하는 것은 밀려나는 걸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라며 “차원이 다른 속도와 규모, 강도가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경쟁자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도 (유럽에 비해) 훨씬 제약이 덜하다”며 “각자의 노력을 분산시킬 것이 아니라 (유럽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특유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규제 난립, 더딘 투자 유치 등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9월 드라기 전 총재가 EU 의뢰를 받아 발표한 330쪽 분량의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 발간 1주년을 기념해 열린 콘퍼런스다.
2011∼2019년 ECB 총재를 지낸 드라기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 과감한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으로 유로존(당시 유로화 사용 19개국) 부채위기를 막아내 ‘슈퍼 마리오’, ‘유로존 구원투수’ 등으로 불리는 대표적 금융경제통이다.
이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23년 9월 드라기 전 총재에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문 보고서를 작성해달라고 의뢰했고,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9월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서 드라기 전 총재는 EU의 글로벌 경쟁력이 실존적 위험에 직면했다며 산업 전략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도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집행위는 이후 보고서를 토대로 부문별 규제를 간소화하는 ‘옴니버스법’을 잇달아 내놓는 등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실행력이 부족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정책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오히려 더 악화한 측면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경쟁력 강화 의제에 관해 (EU 내) 전반에 걸쳐 시급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긴급한 요구에 부응하려면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를 비롯한 EU 내 입법 관여자들의 협조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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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09월17일 00시0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