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소련 위성국가 동독과 달리 정치적 실체 있는 국가”
“평화적 두 국가, 30년 일관된 과제…적대행위 악순환 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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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북한이 의심하는 독일식 흡수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길이 아니다”라며 “통일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2025 국제한반도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정치적 실체가 있는 국가이며 동독과 북한은 조건과 성격이 다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동독은 사실상 소련의 위성국가였으며 냉전 해체기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며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소비에트연방 붕괴를 앞두고 1990년 이뤄진 독일 통일을 외세의 개입으로 서독이 동독의 정치·경제 체제를 흡수한 반강제 국가통합으로 본다.
정 장관은 “지금은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시간이며 적대 아닌 평화로의 전환이 이뤄질 때 평화와 접촉, 교류 재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갑작스런 통일을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장관은 냉전 시절 서독의 동방정책을 언급하면서 “분단 80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적대적 관계로 추락한 한반도에서 해야 할 일은 우선 만나서 평화공존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반도는 과거 강대국들의 임시적이고 편의적인 결정에 따라 정해진 적대적 분단의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길을 개척할 용기를 가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두 국가론’과 관련해 “평화적인 사실상의 두 국가 형태는 전례 없는 제안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국제 규범, 남북 간 합의, 공식 통일방안에서 30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하고 지향해온 과제”라며 “대한민국이 먼저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독과 서독이 국경 불가침을 확인하고 국제무대에서 독립성 보장을 약속한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분단 극복의 기반 중 하나로 들었다. 그러면서 “두 독일 체제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비판도 많았으나 이후 동방정책의 본격적 추진을 추동하며 교류협력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또 서독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이 동독에 투자해 생산한 엔진을 다시 서독으로 들여온 사례를 들어 “꾸준히 이어진 경제교류의 성과가 통일 이후 지역 간 경제격차를 줄여나가는 바탕이 됐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1천400년 전 통일신라 고승 원효대사의 불일부이(不一不二), 즉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라는 사상이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를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며 “지금은 하나 아닌 둘이지만 미래에는 둘 아닌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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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09월30일 20시43분 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