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합의 해놓고 가자지구 건물 1천500채 파괴

November 12, 2025

“휴전 합의 위반” vs “가자 비무장 위한 테러시설 제거”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 이후 가자 통제 구역 내에서 민간 건물 1천500채 이상을 파괴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 방송의 팩트체크 탐사보도팀의 위성 이미지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건물 파괴는 지난 10월 10일 하마스와 맺은 휴전 이후 계속되고 있다.

BBC는 휴전 전후 영상·사진 등 이미지를 비교해 변화가 있는 곳을 꼽은 뒤 직접 육안으로 파괴된 건물의 수를 집계했다. 분석은 이스라엘군이 휴전 협정에 따라 철수하기로 한 ‘옐로 라인’ 뒤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가자 남동부의 아바산알카비라 지역의 경우 현재 파괴된 건물 중 상당수는 휴전 이전 손상 흔적이 거의 없었다.

아바산알카비라 지역에 살았던 한 난민은 BBC에 “이스라엘군이 모든 걸 부쉈다”라며 “텐트에 있으면서도 철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라파 동쪽 인근에서도 휴전 전까지 멀쩡했던 건물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이달 초에는 이미 폐허가 된 지역에서 먼지가 치솟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가자지구 북부 셰자이야와 자발리아 캠프 인근에서도 건물 파괴가 계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의 광범위한 민가 파괴가 국제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럿거스대 로스쿨의 아딜 하케 교수는 “점령국이 민간 재산을 파괴하는 것은 전시 국제법 위반”이라며 “예외가 있긴 하지만 휴전 상태에서 이처럼 광범위한 파괴가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외교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의 휴 로뱃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체류가 길어질수록 철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휴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은 옐로라인 뒤 지역에는 ‘휴전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철거 행위는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휴전 뒤 철거 행위는 침투·테러를 위한 무장 시설을 제거하고 후속 전투에 대비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지구 평화 계획’ 제13항은 ‘모든 군사·테러 공격 인프라는 파괴되고 재건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비무장화는 독립 감시단의 감독하에 진행된다”고 명시돼있어 이스라엘 군의 철거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ock@yna.co.kr